남도학숙의 4년, 감사와 성장의 시간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딸은 코로나가 한참이던 때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가장 큰 고민은 지낼 곳이었다. 다행히 광주·전남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인 남도학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남도학숙은 1994년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시·도민 성금으로 설립된 기숙사로, 두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어 신뢰가 갔다. 월 16만 원으로 2인 1실 숙소와 삼시 세끼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은 타지로 자녀를 보내는 부모로서 큰 힘이 됐다.
그렇지만 남도학숙에 들어갔다가 생활이 불편하고, 룸메이트와 맞지 않아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는 학생들의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러다 얘도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도 들었다. 딸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남도학숙에 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점수를 쌓아 갔다. 학업성적은 물론 봉사활동, 각종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며 남도학숙에서 4년을 보냈다. 덕분에 큰 경제적 부담 없이 딸을 뒷바라지할 수 있었다. 딸의 시점에서 남도학숙의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밥걱정 돈 걱정 줄여준 남도학숙
남도학숙의 가장 큰 장점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안전한 주거 공간과 돈 걱정 없이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항상 자녀의 밥걱정을 많이 하는 데, 학숙의 음식은 전라도 음식처럼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밥걱정할 필요가 없다. 종종 특식도 나오고, 배달음식에 의존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어 건강에도 좋았다. 특히 매달 초 생일을 맞은 학생들에게 미역국 생일 밥상을 제공하는 학숙의 따뜻한 배려는 타지에서 느끼기 어려운 정을 전해주었다.
또한, 학숙의 시설 관리가 매우 철저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해마다 시설물 유지를 위한 꾸준한 보수 공사 덕분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하며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게시판을 통해 요청하면 빠르게 해결되는 점도 매우 좋았다. 체력단련실, 도서관,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식사와 학습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유용했다.
학숙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교양강좌뿐만 아니라, 취업과 진로설계를 돕기 위한 ‘학숙 선배 멘토링 강연’도 활발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숙 출신 중 관심 있는 선배를 선택해 진행되는 ‘남도학숙 멘토링’에 참여해 진로 설계에 대한 도움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학숙 출신 선배들이 후배들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여했던 멘토는 과거 학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멘토 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참여를 결심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와 같은 지역 우수기업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우리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향에서의 커리어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숙에서는 탁구, 배드민턴, 독서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덜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다. 이외에도 플로깅이나 역사문화탐방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전남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지역 출신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장학 혜택 등 깊이 감사
학숙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장학 혜택이다. 기업에서 지원하는 장학금뿐만 아니라, 학숙 선배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동기회 장학금도 있다. 학숙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중 상당 부분이 학숙 출신 선배들이 취업 후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100만 원씩 기탁하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따뜻한 마음들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지금까지 학숙의 장학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장학금을 기부해 주시는 분들과 학숙 선생님들 모두가 학생들이 광주·전남 출신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깊이 감사함을 느꼈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다시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지난 4년간 학숙에서 받은 혜택과 배려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학생들을 동생처럼 조카처럼 여기며 따뜻하게 챙겨준 학숙 관계자분들의 진심 어린 마음과 배려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감사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 우리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
고맙습니다! 남도학숙. 덕분에 더 큰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