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수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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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황 수 주
2년 전 친구문제로 상담을 받았던 재현이의 부모님이 전화를 주셨다. 이번에는 동생 재원이 상담 건으로 코로나가 문제였다. 평소 붙임성이 좋았던 재원이었지만 학기 초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 그동안 배운 적이 없는 외국어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도 못 풀고 쌓여가는 부정적인 감정도 해소할 수 없어 감정조절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를 전후로 청소년 문제양상은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5월에 ‘코로나19 이후 1년, 청소년 정신건강 변화 기록’을 발표했다. 코로나 발생 초기와 1년 후를 비교했을 때 2021년 1분기 기준 상담건수가 2020년보다 28% 증가했다. 정신건강 관련 고민상담이 가장 많았고, 대인관계, 가족, 학업·진로 고민 순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작년 1분기 기준 청소년의 불안과 짜증·걱정·우울은 여전히 높고, 전보다 감사·평온·관심 같은 긍정적 정서는 떨어졌다고 한다. 대인관계 결핍으로 인해 소외와 고립감이 증가했고, 특히 새 학년 또래, 교사와의 소통 결핍에 따라 학교적응의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가정 내 부모 역할 중요성
청소년 시기는 다양한 심리·정서·행동문제에 취약하며, 코로나 및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성인에 비해 다소 부족하며, 위기와 변화의 영향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즉 이전과 다른 청소년문제를 직면하게 된 코로나의 장기화는 가정 내 청소년과 가장 많이 마주하는 부모역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의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주는가에 따라 자녀의 문제행동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이 많으면 부모에게도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법,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소속감’으로 친구가 아닌 가족간의 소속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집이라는 같은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활동을 통해 청소년기에 필요한 대인관계 욕구를 가정 내에서라도 일정부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 관계가 끊어졌다는 두려움, 공포감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 욕구를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가족구성원들끼리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신체활동이나 보드게임 등을 활용하면 좋다.
두 번째는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도록 ‘규칙’을 세워주는 것이다. 세면세족,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새로운 규칙들을 자유로운 영혼인 청소년에게 통제적인 의미로 인식시켜서 새로운 스트레스를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방해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걱정과 염려에 대해서 충분히 청소년에게 인식시켜주어야 지켜질 수 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자녀와 시간 함께 할 기회
세 번째로 무기력한 일상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계획’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청소년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계획은 반복되는 실패경험으로 더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을 만드는 것은 청소년 스스로가 작은 계획부터 세울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도와주는 것까지 의미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실천했다는 성공경험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의 특성에 따라 촘촘한 계획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계획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이러한 연습을 반복하여 좀 더 구체화 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코로나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고 주체적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청소년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코로나가 부정적인 변화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실제로 아버지를 평일에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청소년도 있었고, 주말에 부모님과 놀 수 있어서 오히려 가족관계가 좋아졌던 사례도 있었다. 관점을 바꿔보자. 위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지만,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가 된다. 지금 자녀와 함께 할 수 없다면 이 이후로는 함께 할 그 시간조차 없을 수 있다. 훗날 코로나라는 이 시기를 후회하기보다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