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장 만들기 프로젝트

얼마 전에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바올라 수녀님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다. 14년 전 수녀님들이 공부방을 처음 시작할 때 미끄럼틀을 설치하던 날. 공부방 아이들이 시멘트도 마르지 않았는데, 미끄럼틀을 탈 생각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점심도 먹지 않고 공부방에 쌍둥이 형제가 함께 왔다. 그중 개구쟁이 롤로가 이젠 수녀님들과 함께 주일학교 교사가 됐단다. 또 주일 미사때마다 엄마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인 네 딸들중 한 친구는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아가씨가 되어 미사해설을 하고 성가대 지휘에 오르간을 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2년 넘게 모든 것들이 정체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벌써 많이 자라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2004년 한국인 수녀님 두 분이 여행가방만 들고 찾아갔던 북부수마트라 메단시 빈민촌인 시말링까르.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지역 아동을 위한 유치원과 공부방, 예비 수녀님을 포함하여 30여명의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수녀원을 만들어 지금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필자는 2017년부터 우리 지역 청소년들과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서 인연을 맺었다. 수녀님들은 현지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유치원과 공부방 운영은 물론, 후원자와 아동을 연결하여 장학금을 지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을 위해 돼지와 염소를 분양했는데, 분양받은 동물들이 새끼를 낳으면 그 새끼를 어려운 가정에 또 지원을 한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했지만 대학생까지 장학금을 지원해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등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다.

2019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흙먼지 바람이 이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2시간만에 도착한 따게오. 따게오 이삭공동체는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2000년에 캄보디아에 들어가 2003년에 이삭학교 설립이 그 시작이다. 이삭공동체의 가치는 생태론적 경제에 기초한 공동체 기업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방문 당시 약 4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삭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인재양성이다. 이삭공동체에서 교육을 받고 기술을 전수받아 마을로 가 자립과 지역사회 개발에 도움을 주는 인재를 양성하는 ‘동네 이장만들기 프로젝트’ 추진이 그것이다.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빈곤과 질병,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공동체로 돌아와 교사와 의사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삭공동체는 방문당시 유치원을 3개 반 운영하고 있었고, 다음 해에 학교를 개교할 목표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었다. 학교는 시원하면서도 경제적인 적정기술 도입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나무와 트러스 구조물로 만들어진 뼈대에 흙 덩어리를 넣어 벽을 완성하는 흙집학교였다. 물론 우리 청소년들도 온 몸과 옷을 다 망쳐가면서 흙집 짓기 봉사활동을 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선교사님이 한 말씀중에 “진정한 발전의 순간이 오는 것은 밖에서 주는 도움으로 인해서가 아닌 주민들의 자립심이 향상되었을 때이며 그 열쇠는 교육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경제부강을 이룬데는 교육에 대한 투자였다. 앞으로 지방소멸과 인구절벽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우리동네 마을 이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청소년의 역량개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