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잠깐 영화 소개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이런...... 상영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없어서 부랴부랴 영화관에 가서 티켓발매기로 발매를 하는 데 오랜만에 하다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요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주로 재미 위주의 범죄, 액션, 코미디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작품성이 있거나 사회성이 있는 영화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같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벌써 종영돼 못내 아쉬운 영화가 있다.
중국에서 학교폭력방지법 제정의 도화선이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소년시절의 너'이다. 주 내용은 왕따, 성적, 입시, 사랑 등으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특히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학교폭력은 대학입시를 중시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학교에서의 투신자살이 많이 문제가 됐는데, 그러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여자 주인공인 중국 명문 베이징대 입학을 꿈꾸고 있는 우등생 '첸니엔'은 친구들의 웅성거림에 직감한 듯 교실에서 일어선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학교 건물에서의 투신자살. 학생들은 쉴새없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첸니엔은 땅바닥을 보며 터벅터벅 걷는다. 그리고 자신의 웃옷을 벗어 그 친구를 덮어준다.
거대한 학교 건물 한 가운데에 투신자살한 친구와 첸니엔이 덩그라니 있고, 각 층층과 현장 주변에는 학생들이 떼지어 있다.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인 파놉티콘이 아니라 소수가 다수에게 감시당하는 역 파놉티콘이다. 첸니엔은 투신자살한 친구에게 옷을 덮어 준 순간부터 새로운 학교폭력의 대상이 됐다. 이제 그 두 사람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고, 다른 주변의 학생들은 방관자이자 동조하거나 가해자의 구도가 성립된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첸니엔에게 여러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외면했다. 그 친구는 첸니엔을 보며 "나를 괴롭히는 데 왜 너희들은 다들 모른척 해?"라고 말하며 학교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당장 대학입시를 앞둔 상황이기도 했고, 자신 또한 연루되길 싫어했을 것이다. 첸니엔 자신도 학교폭력의 방관자였던 것이다. 그 죄책감이 첸니엔을 그 친구에게 향하게 한 것이다.
그날 집을 가다가 동네 불량배인 '샤오베이'가 시비에 휘말려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본 첸니엔은 경찰에 신고하려다 그녀도 폭행을 당한다. 이후 첸니엔은 그동안의 학교폭력을 고발하고 그 일로 친구들이 정학을 당하면서 그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첸니엔에게 샤오베이는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한다. 이후 샤오베이는 첸니엔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그림자가 되어 보호한다. 서로 전혀 맞지 않는 우등생과 동네 불량배와의 만남. 그러나 그 둘에겐 공통점이 있는 데 가정형편이 불우하고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첸니엔은 친구도 없이 오로지 공부로 신분상승을 희망했고, 샤오베이는 그 누구도 의지할 곳이 없었고 인생의 희망도 전혀 없었다. 첸니엔은 샤오베이의 폭행현장을 방관하지 않았고, 샤오베이는 첸니엔의 괴롭힘을 방관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구원하면서 치유의 과정을 겪어나갔고, 그 둘에게 주어진 우연의 시간은 운명처럼 사랑으로 싹터갔다.
학교폭력은 똑 같은 사안은 없으며,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또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그 누구나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지 못하는 친구,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도와 주지 않는 상황. 학교폭력 가해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없이 하는 경우가 거의 절반 이상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 약 1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목격시 피해학생을 돕거나 주위에 신고한 경우는 68.8%였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29.5%, 나도 같이 괴롭혔다는 1.7%로 방관하거나 같이 괴롭힌 경우가 31.2%에 이르렀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지만, 어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다.". 그 누군가를 우리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황수주<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