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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2-04 19:04
(전남매일)<화요세평>우리 아이는 괜찮아요?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205  
   http://www.jndn.com/1755508130415755047 [637]

<화요세평> 우리 아이는 괜찮아요?

황수주 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고민 털어놓을 곳 없는 청소년들
위험군 조기 발견·연계 강화 절실


요즘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오늘 급식 뭐야?'가 아니라, 바로 '죽고 싶다'이다. 이는 단지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반영하는 현실이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시험 기간이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선생님들은 잠 줄이고 공부하라고 하지만, 수행평가, 생기부 활동, 학원 숙제까지 감당이 안 돼요. 병원에 가고 싶지만 갈 시간도 없어요. 고교학점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친구나 가족과의 문제도 힘든데 부모님께 말하지 못해 계속 우울한 상태예요." 한 청소년이 자살 관련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이처럼 많은 청소년들은 본인의 문제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심리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형철이는 어린 시절 술만 마시면 폭력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으려 해도 맞는 줄 알고 두려워했다. 결국에는 낮은 자존감과 정서 불안정에 시달리며, 집을 불편한 공간으로 여기고 친구들과 술, 담배를 시작했다. 비행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 과도한 자기 비하와 세상에 대한 울분 속에서 형철이는 자해와 자살 시도를 반복했다. 이런 사례는 가정 내 폭력과 방임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여고생 3명이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 사회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대한민국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05명이던 청소년 자살 사망자가 2023년에는 476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중학생 자살자가 28명에서 93명으로 급증했다. 초등학생 자살자 역시 7명에서 15명으로 증가하며 우려를 더 하고 있다.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중학생의 자살 생각률(13.9%)이 고등학생(1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학생의 자살 시도율이 남학생보다 높은 점도 눈여겨볼 문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단절, 디지털 환경 속 소통 부족, 급격한 사춘기 변화와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은 단순히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복합적인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얽혀 있다. 청소년은 감정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충동적이어서 순간적인 분노와 좌절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친구 간 갈등이나 따돌림, 사이버불링, 우울증과 불안장애, 가정 내 폭력과 방임,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또래 관계가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의 자살이나 자해 행동이 동반 자살로 연결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본인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해서 주변에서 이를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자살·자해 집중 심리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센터도 2022년부터 자살·자해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사례관리 인원은 2022년 8명에서 2023년 12명, 2024년 5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종합심리평가를 통해 위기 청소년의 수준을 진단하고, 상담과 자살 예방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고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긴급개입과 심리치료,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의 청소년을 돕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정서·행동검사를 통해 자살 위험군을 조기 발견하고 전문기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정서교육 및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학교 정규 수업에 포함해야 한다. 또 교사와 학부모 대상의 게이트키퍼 교육을 확대하고, 자살 징후 조기 발견과 초동 대응 매뉴얼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에게 실시간 상담과 신속한 개입이 가능한 지원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는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부모의 무심한 말에 청소년상담사들은 절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은 힘든 상황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자녀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이라도 놓치지 말고 눈여겨 봐 주길 바란다. 자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더라도, 마음속에서는 깊은 아픔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작은 관심과 공감이 자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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