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2-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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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매일)<화요세평>디지털시대, 보이지 않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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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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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이 발표한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폭력의 상처를 겪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평균 2.6%로,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5.3%, 중학교 2.0%, 고등학교 0.6% 등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8.7%로 가장 많았으며, 집단따돌림 16.9%, 신체폭력 15.1%, 사이버폭력 7.2% 순이었다. 피해 경험 장소는 교실 안 30.0%, 복도 16.6%, 운동장·체육관·강당 등 7.6% 순이었다.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 31.7%, 점심시간 19.6%, 학교 일과가 아닌 시간 12.9%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많은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은 실태조사처럼 단일 유형이 아닌 신체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성폭력 등이 뒤섞인 '복합형 패턴'의 심화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다른 세상이 아니다. 현실의 관계가 그대로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벌어진 폭력이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제 학교폭력은 교실과 운동장을 넘어,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에서 더 은밀하고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을이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가을이의 사진과 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인스타그램 '부계정(비밀계정)'에 생김새와 말투를 올리며 조롱했다. 심지어 가을이 부모님의 이름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패드립의 언어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이 모든 폭력이 가을이 모르게,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던 다른 학생들은 학교폭력 가해 관련자로 됐다.
초록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된 별명이 단톡방으로 옮겨가면서 모욕이 되었다. 처음에는 메시지와 사진 합성이었지만, 곧 교내에서의 따돌림과 물리적 위협으로 이어졌다. 결국 초록이는 등교를 거부했고, 가족 역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처럼 사이버폭력은 현실 세계의 폭력과 결합하며 피해를 배가시키는 특성을 지닌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촉발된 갈등이 오프라인에서 증폭되고, 다시 온라인으로 회귀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광주지역 피해 유형 중 '사이버폭력+직접 폭력'의 결합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가 된지도 모르고 다른 친구로부터 내용을 전해 듣는다. 특히 중학생 비율이 높아, 사춘기 특유의 감정 기복과 맞물리며 심리적 위기 위험이 크다. 이 폭력의 밑바닥에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관계 맺기의 어려움, 그리고 자신의 불안감을 표출할 출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함이 깔려 있다.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감정을 여과 없이 공격성으로 터뜨리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청소년들은 게임이나 SNS를 통해 잠시나마 현실의 답답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이 가상의 공간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 무대가 된다. 이는 청소년들의 놀이와 휴식, 성장을 위한 건강한 여가활동 공간이 부족하다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단순히 학교의 훈육이나 처벌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청소년 스스로가 사이버 공간의 윤리적 책임을 배우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미디어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사용법' 교육을 넘어, '상대방의 얼굴 없는 글과 이미지에도 상처가 남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 둘째, 학교는 예방 중심의 상담·교육 시스템을 촘촘히 마련하고, 피해·가해 학생들에게 갈등을 풀고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셋째, 가정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무조건 통제하기보다 대화를 통한 신뢰의 기반을 쌓아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생활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을 나눌 때 청소년은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청소년 전용공간과 체육 공간 등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조기 개입과 충분한 지원망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결코 한 개인이나 한 기관의 힘만으로 막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청소년의 안전망'이라는 책임감을 공유할 때, 비로소 청소년들은 안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다.
학교폭력의 양상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과거에는 주먹과 욕설이 전부였다면, 오늘날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무형의 칼날이 청소년들을 찌른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함께 살아가는 힘'을 잃었을 때 폭력은 싹튼다. 이제는 청소년들의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사회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청소년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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