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냥… 누군가에게는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다영은 이런 말을 아주 담담하게 꺼냈다. 입김이 얼어붙을 것 같은 이른 아침 커피전문점 앞,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이 잠깐 비친다. "오늘도 손님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아동센터도 늦지 않게 가야지." 마음속으로 시간을 쪼개듯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으로 보이겠지만 다영에게 '평범함'은 늘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이후, 다영은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가족이 다시 구성되었지만, 그 안에서 다영의 마음은 자주 길을 잃었다. 새엄마와 언니와의 갈등이 이어졌고, 결국 다영은 '독립'을 선택했다.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밀려난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온 것에 가까웠다. 경제적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현실 속에서 다영은 무직인 언니와 함께 학업과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런데도 다영은 '멈추지' 않았다. 벌써 대학교 4학년. 그동안 바쁜 아르바이트 일정 속에서도 과제와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해내며, 성적도 우수하게 유지했다. 성실한 학업태도는 그의 삶이 단지 '열심히'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심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둘 수 없는 현실과 싸우는 사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다영이 일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이 그를 "착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 한마디가 다영에게는 작은 구원이 되었다. 생계를 위한 일이면서도, 다영은 돌봄을 '일'로만 두지 않았다. 누군가의 숙제를 함께 보고, 잔소리 대신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어주고, 울먹이는 아이에게는 간식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어쩌면 다영은 자신이 받지 못했던 안정과 지지를, 더 어린 누군가에게 건네며 스스로를 다시 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성실함의 뒤편에는 말 못 할 정서적 흔들림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갈등, 학업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우울감을 겪기도 했다. '참는 것'으로는 더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왔고, 그때 다영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담은 단지 마음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영에게 필요한 것은 "괜찮아"라는 말만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해줄 구체적인 연결이었기 때문이다.
그 곁에 있었던 사람이 청소년동반자였다. 다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도를 맞추고, 감정의 이름을 함께 찾아주고, 때로는 생활의 균열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 주었다. 누군가 "그건 네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혼자 찾아가도록 돕지만, 누군가의 "같이 해볼까?"가 중요하다. 청소년동반자의 '동행'은 다영에게 그런 안전한 손잡이가 되어 주었다.
얼마 전, 다영은 영수피아동창회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장학금 소식을 들었을 때 다영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받아도 되나요?"라고 되묻는 목소리에는 기쁨과 미안함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노력해 온 시간을 인정받는 기쁨, 그리고 누군가의 호의가 자신에게 쏟아질 때 생기는 조심스러움. 오랫동안 '받기'보다 '버티기'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가진 반응이다.
광주수피아 동문으로 구성된 영수피아동창회는 해마다 자립준비 청년을 지원해왔다. 누군가의 청춘이 "스스로 해내라"는 말 속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조용하지만 꾸준히 손을 내밀어 온 공동체다. 다영이 받은 장학금은 단지 학비의 일부를 덜어주는 지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너의 삶을 우리가 응원하고 있다"는 사회의 응답이었고, "네가 걸어온 길이 의미 있다"는 확신이었다.
다영은 말했다. "이 장학금이요… 돈이라기보다, 제가 계속 살아가도 되는 이유 같았어요."
우리는 종종 청소년에게 "꿈을 가져라", "포기하지 마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말은 따로 있다. "네가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할게".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책임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은 마음먹는 순간 완성되는 능력이 아니다. 주거, 생계, 학업, 정서적 지지, 관계의 안전망이 동시에 있어야 가능한 과정이다.
영수피아동창회와 다영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청소년동반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의 손길이 한 청소년의 오늘을 지켰고, 그 청소년의 내일이 또 다른 누군가를 일으킬 것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말이 더 이상 잔인하게 들리지 않도록, 평범함이 허락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학교 밖에서도, 가정 밖에서도, 누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