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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7-09 17:33
(전남매일) <화요세평> 맞지 않으려고 시작한 싸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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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 맞지 않으려고 시작한 싸움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피해자 삶의 방향 바꾸는 학폭
우리 모두 학교폭력 맞서 싸워야

전직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그가 학창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본명이 '김봉'이어서 중학교 때 이름 때문에 많이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이 그를 격투기의 길로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투기 선수가 된 이유 중 하나도 그때 학교에서 겪었던 괴롭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현장에서 일하며 깨닫게 된 사실. 학교폭력은 사건이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이 된다는 것을. 가해와 피해가 분리되고, 선도 조치가 이루어지고, 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도 피해자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친한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머리, 갈비뼈, 두 팔, 다리 등 전신 골절이었다. 민철(가명)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 대도 못 때리고 쓰러져 맞기만 했는데, 그 애는 자신도 맞았다며 쌍방을 주장했어요. 그럴거면 같이 때려버릴 텐데…". 골절된 것보다 더 힘든 건 마음의 상처였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애를 죽이고 싶어요. 제발 퇴원시켜 주세요".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닌 무너진 자존감이 내는 비명이었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반응으로는 무력감과 분노가 동시에 일어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무력감, 다시는 그렇게 당하지 않겠다는 분노. 이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때 아이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아이 역시 그 경계선 위에 있었다.

퇴원 후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아이들은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나락 간 ○○○, 국민 찐따 ○○○". 체육대회에서 반 전체가 그 별명을 구호처럼 외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황을 교사가 몰랐다고 했다. 학교폭력의 2차 피해는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폭력이 사소하게 여겨질 때 발생한다. 피해자는 그 순간 이렇게 느낀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구나…"

그 순간부터 아이는 세상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지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선택은 격투기였다. 다시는 맞지 않기 위해 시작한 운동. 많은 학교폭력 피해 아이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세상을 피하거나, 세상에 맞설 준비를 하거나. 이 아이는 후자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어머니는 반대했다. 누군가를 때리고 자신도 맞아야 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으로 무너진 아이가 또 맞는 운동을 한다는 것은 부모에게는 공포였을 것이다. "아이가 맞는 모습을 보면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고통이 부모에게 반복되는 트라우마가 됐다. 아이의 상처는 부모에게는 죄책감이 됐다.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많은 피해 부모들이 평생 안고 가는 감정이다.

그러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벽에 버스를 타고 나가 밤 11시가 되어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 시간은 단순한 훈련 시간이 아니라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17살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놀랍게도 결과는 승리였다. 그 아이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 승리는 상대를 이긴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이긴 것이었을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여전히 아들이 그때 그 장소에서 그 아이를 향해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맞기만 한 자신을 향해 지금도 주먹을 날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속상합니다. 제겐 아직도 진행형처럼 보입니다."

트라우마 연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스러운 경험이나 상실을 단순히 지워버리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그 경험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회복이라고. 그 아이가 운동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아이들이 사람들과 관계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해자는 장난이었다, 순간 욱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피해 학생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고 그 트라우마가 평생을 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관심이 사라지면 상처는 다시 깊어진다. 학교폭력은 사건이 끝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 속에서는 오랜 시간 진행형으로 남는다.

그 아이는 맞지 않기 위해 싸움을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싸워야 할 차례다. 학교폭력이 더 이상 아이의 인생을 바꾸지 못하도록. 그리고 피해자들이 운동이 아니라 안전 속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아이는 성공적인 극복 사례일까? 아니면 여전히 상처 위에서 버티고 있는 아이일까? 우리는 그 아이의 승리를 축하해야 할까? 아니면 그 아이가 싸움을 배워야 했던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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